신약 소설 닷핵
이렇게 해서 나는 『The World』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데 써보니까, 다음날 바로 온라인 게임을 시작한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실제로는 좀 그러진 않았다.
어떠한 일에서도 새로 시작하는 것은 꽤 힘든 것이다.
일단 부모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래도 그들은 스폰서이니까.
“응, 된단다.”
아버지는 이렇게 시원스럽게 말했다.
“그런 기술에 일찍이 접촉하는 건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부터 하는 거니? 내년에는 고등학교 수험인데?“
어머니는 약간 힘겨웠다.
하지만 난색을 보이면서도 최종적으로는 동의했다.
“뭐, 공부 제대로 하면은 괜찮지 않을까..“
게임에 사용하는 컨트롤러와 FMD는, 야스히코가 자기 것을 내주었다.
꼬박꼬박 한 세트를 장만했기 때문에, 마침 예전 것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 설정에는 무엇보다도 가장 애썼다.
어머니 참관 하에 『The World』의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구입했지만, 웬일인지 정상적으로 인스톨러가 작동해주지를 않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3일가량 시간을 헛되이 소비한 끝에, 원군을 부르기로 했다.
야스히코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야스히코를 소개하고 그를 내 방으로 들여보냈다.
야스히코는 나의 컴퓨터를 켜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문제점을 찾아내고 몇 번 키보드를 쳐서 해결해버렸다.
“뭐, 대충 이런 거야.”
설치 시작의 퍼센트 바가 표시된 화면에서 눈을 떼고, 야스히코가 말했다.
“다운로드할 때 이상한 행동이 있어서, 초보자는 잘 걸려버리지.”
“고마워. 살았어.”
어머니가 주신 푸딩을 먹으면서 나는 말했다.
내 방에는 플라스틱 의상 서랍이 쌓아 올려져 있다.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나 물건과 책, 기타 생필품은 모두 거기에 넣어져 있다. 야스히코는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정돈되어 있구나..”
“넣어둔 채로 있어. 편하니까.”
그때 계단을 올라오는 진동이 울렸다. 진동은 내 방 앞에 와서는,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여동생이 얼굴을 내밀었다.
“흐……”
그녀는 야스히코를 눈치채고, 갑자기 시치미 떼는 얼굴로 인사하며 안녕이라고 말했다.
아마 자신의 푸딩을 멋대로 먹었단 걸로 불평하려고 한 게 틀림없다. 되지도 않는 누명이다.
“여어, 어서 와.”
나는 변명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지만, 여동생은 말없이 문을 닫고는 자신의 방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여동생?”
“응.”
“예의 바른 애구나.”
“그걸 들으니까 기쁘네.”
컴퓨터의 화면이 바뀌고, 설치 완료 문자가 표시되었다.
“좋았어, 이걸로 오케이야. 나머지는 질문에 답하면은 게임을 할 수 있어.”
야스히코는 흡족하게 말했다.
“오늘, 바로 하자.”
“오늘?”
“볼일 있냐?”
생각할 필요는 없었지만, 한순간 생각했다.
“아니. 딱히 아무것도.”
“그럼, 결정이네. 오늘 밤 8시에. 밥 먹고 목욕 들어가면, 게임 시작한다.”
그리고 1시간가량 잡담하고 야스히코는 돌아갔다.
엇갈린 듯이 여동생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있잖아. 서로 사춘기니까, 노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방금 그 사람, 돌아갔어?”
“그래.”
“이름은 뭔데?”
“흐음..”
나는 이렇게 말했다.
“흐음이라니 뭐야?“
여동생은 잠시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흐음, 어머어머, 으흐흐 정도의 의미야.”
내가 대답하자, 여동생은 화나서 문도 닫지 않고 나갔다.
저녁 전에 야스히코한테서 메일이 와있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평소의 그에 비하면 텐션이 꽤 이상하다.
제목: 등록 끝났냐?
보낸 사람: 야스히코
내용:
안녕. 등록했니?
어떤 PC로 했어? 기대되는데.
아, 맞다. 학교에서도 말했지만,
이상한 이름으로 했다간 나중에 후회한다.
『The World』에서 난 말이야,
오르카란 이름이니까
이쪽으로도 잘 부탁해.
본명으로 부르지 마라.
이 세계에서는,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지.
아니, 되고 싶은 자신일까…… (^_^;)
그럼 루트 타운에서 기다릴게.
생각해보니, 여기가 첫 번째 분기가 아니었을까.
뒤에 벌어진 사건과 상관없게 될 수 있는 선택지.
게임에 대해 계속할지 아닐지.
그렇지만, 어디를 선택하더라도 결국에는 똑같았을지도 모른다.
그날을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갔다 하더라도, 언젠가 야스히코는 휘말렸을 것이 틀림없다.
다른 점이라면 내 눈앞에서 일어났는가 차이였을 거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모든 게 일어났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야스히코를 돕는 것도,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도 못했다.
그때에는 아직 내 손에 쇠망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PC의 작성에는 거의 고민하지 않았다.
이름은 적당히, 외모와 직업도, 직감으로 괜찮아 보이는 걸로 골랐다.
쌍검사, 남성, 기본 색상은 초록, 뿅뿅뿅하며 컨트롤러의 버튼을 입력해서 완성되었다.
거기에 화면을 FMD로 전환하고 얼굴에 끼웠다. 왠지 체육 검도 수업을 떠올렸다.
나는 북적이는 활기찬 번화가 안에 서있었다.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여어, 왔구나. 그게 네 PC구나.”
굵은 어른의 목소리였다. 보조 있자니, 근육질의 거한이 나를 보고 있었다.
“저기……”
“나야, 나.”
“야스히코?”
“여기선 검사의 오르카라고 부르라고.”
나는 잠시 동안, 가만히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는 현실에 입각해서 말하면 2m 정도일까. 상체는 벗었고, 가슴에서 얼굴까지 문신인지 페인팅인지 복잡한 무늬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검사보다는 야만인이었다.
“뭐냐고..”
“아니. 이미지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놀랐어. 이게 야스히코일 줄이야..”
“그러니까…… 여기서는 오르카라니까.”
야스히코는 대답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투 같은 건 확실히 야스히코 본인이었다.
“목소리는 어떻게 바꿨어?”
“보이스 체인저. 차분한 목소리지?”
되고 싶은 자신이 된다고 야스히코는 메일에 썼었다.
그러니까, 이런 마초가 되고 싶다는 거였나? 의외였다.
“너, 좀 더 다른 걸로 놀라라고..”
야스히코, 아니 오르카는 기가 막힌 듯이 말했다.
“온라인 게임하는 건 처음이지? 그래픽이라든지 굉장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현실감 쩔지?”
“아니, 엄청 놀라운데.”
나는 이렇게 답했다.
“밖으로 안 나갈지도 모르겠지만은.”
오르카는 게임을 진행하는데 적어도 필요한 시스템과 설정상의 용어 등을 능숙하게 알려주었다.
루트 타운.
카오스 게이트.
멤버 어드레스.
주문.
에리어 워드.
속성.
던전.
필드.
보물 상자.
기타 여러 가지.
대강 설명이 끝나면서 그는 말했다.
“……그럼 바로 모험하러 가볼까. 적당한 에리어를 찾아서 말이야.”
오르카가 데려다준 장소는, 흐린 하늘의 평원 에리어였다.
“그래서, 이 게임의 목적은 뭐야?”
나는 물었다.
“목적?”
“마왕을 쓰러뜨린다던가. 뭔가를 모은다던가. 최종적으로 세계를 구한다던가.”
“그거 꽤 좋은 질문인데.”
오르카는 내 앞을 걸어가면서 말했다.
“목적은 없어.”
“없어?”
“게임의 사정으로 정해진 목적은 없다는 거야. 플레이어가 각각 자유롭게 목적을 찾으면 그걸로 되는 거지. 오로지 레벨 올리는 것도 되고, 레어 아이템을 찾는 것도 되고, 여러 사람과 친해져서 멤버 어드레스를 모으는 것도 돼.”
“흐음..”이라고, 나는 대답했다.
이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라고 생각해보았다.
GIGA처럼 「목적은 이것이다」라고 처음에 둥하고 표시해주는 게 좋다.
“게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경우에는, BBS를 읽는 게 좋아. 원하는 정보가 없을 때에는, 질문을 올리면 누군가가 보통 대답해줘.”
필드를 돌아다니다가 여러 개의 노랗게 빛나는 마크라고 말해야 할까 하는 이펙트와 만났다. 이건 마법진이라는 것으로, 몬스터나 보물 상자가 나타난다는 징조의 표현인 것이다.
안으로 나아가는 동안, 실제로 고블린이나 무어가의 전사란 적이 나타나 달려들어 왔지만, 오르카가 칼을 휘두르면 그것들은 순식간에 쓰러져서 소멸했다.
말하고 있자니, 오르카의 레벨은 50이었었다. 자세한 기준은 모르지만, 어쩜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 파고들었구나.”
“그렇지. 나, 여기서는 사소한 거야.”
쑥스러움과 의기양양함이 뒤섞인 어조로 오르카가 대답했다.
던전의 입구를 발견하고,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안에는 희귀도가 높은 유용한 장비가 있어서, 그걸 목표로 모험하는 것이 「일반적인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몬스터를 쫓아버리고, 보물 상자를 열고, 계단을 몇 개 내려가자 T자 길이 나왔다.
이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른쪽 통로에서 2명의 사람 그림자가 튀어나와서, 우리 앞을 지나 왼쪽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뭐지? 봤냐, 방금 거?”
오르카가 어리둥절한 듯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아이가 이상한 몬스터에게 쫓기고 있었어……”
“그런 이벤트가?”
내가 묻자, 오르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 에리어에는 그런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화면에 노이즈가 끼었다. 불쾌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FMD의 화면이 일그러졌다.
돌연 풍경이 바뀌었다. 이제까지의 어찌어찌한 던전의 풍경은 사라지고, 황량한 바위 밭 한복판에 우리가 서있었다.
주위에는 폐허 같은 건물 잔해 같은 것이 있었다. 하늘은 천재지변을 나타내는 듯한 섬뜩한 녹빛으로 뒤덮여있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장소, 없애지 않으면 안 되는 공간. 그런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르카? 저건……”
말하려는 나를, 오르카가 손을 들어 가로막았다.
“쉿..”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보라색의 효과가 몇 미터 앞의 땅에 치고, 그 가운데에서 흰 소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숨을 삼켰다.
그 소녀가 너무나 덧없이, 가냘프게 보였기 때문에.
게임의 캐릭터 같지 않았다.
묘한 생생함이 있었다.
마치 정말로 살아있는 듯한 듯이.
소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르카에게 만나서 정말로 안도하는 듯한 미소였다.
오르카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설마, 소문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걸..”
소녀가 가냘픈 목소리로 말하면서, 검고 커 보이는 책을 오르카에게 내밀었다.
그 몸짓에, 나는 병아리가 어미 새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떠올랐다.
“어?”
오르카는 어리둥절한 듯이 말했다.
“시간이 없어. 부탁이야. 빨리!”
“이건?”
“강한 힘. 어떻게 사용할 지에 따라 구원과 멸망, 어느 쪽이든 가능해.”
“너는……”
갑자기, 소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하늘을 꿰뚫어 보듯이 바라본 뒤, 굳어진 듯한 목소리로,
“온다!”
이렇게 한마디만 말했다.
소녀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온다고? 대체 뭐가……”
오르카가 말하는 순간, 나는 보았다.
그의 뒤가 일그러지고, 공간을 밀어해쳐서 녀석이 나타나는 것을.
녀석이 나타난 순간에 나는 온몸의 털이 곤두선 것을 느꼈다.
단순한 게임 몬스터 같지 않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거인인 오르카보다 충분히 2배는 컸다.
얼굴에 윤곽이 없고, 오직 역삼각형을 그린 듯한 3가지 점이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얼굴은 아이의 낙서 같기도 하고, 몸통은 집 짓는 장난감으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우스꽝스러움은 없었고, 소름 끼치는 흉악함만이 있었다.
괴악한 환영이었다.
세상의 사악한 모든 것이 그 몸에 응축되어있었다. ‘사신’…… 이 녀석에 대한 나의 인상은 그랬다.
나는 바로 자세를 취했지만, 오르카가 그 녀석에게 반응하는 게 훨씬 빨랐다.
“도망쳐! 지금의 너라면 즉사야!”
오르카는 이렇게 말하면서 검을 휘둘렀으나, 대미지는 없고 「MISS」로만 표시되었다.
반대로 그 녀석이 손에 든 지팡이로 쓸어넘기는 행동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오르카에게 대미지를 주는 거 같았다. 조금이라도 맞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오르카가 굳은 목소리로 외쳤다.
“뭐야, 이 공격…… 게다가 이 녀석, 보통이 아니야…… 공격이 먹히질 않아!”
몬스터가 한 걸음 뒤로 떨어지면서, 기묘한 손짓을 했다. 뭔가 주문을 쓴 것이다.
이상한 효과가 오르카의 몸에 휘감기면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오르카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어느새 오르카의 뒤에 몬스터의 지팡이가 나타났고, 오르카는 붙잡힌 듯이 그 지팡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몬스터도 하늘에 떠올라 오르카를 향해서 왼손을 내밀었다.
그 손바닥에서 무언가 에너지파 같은 것이 방출되면서, 오르카의 PC 몸을 관통했다.
오르카는 나의 눈앞에 떨어졌다. 한번 손을 짚고 일어섰지만, 힘이 빠진 듯이 쓰러졌다.
“오르카!”
나는 외쳤다.
머리 뒤가 저려왔다.
기묘한 비현실감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뭐지, 이건? 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야야, 그냥 게임이잖아. 과잉 연기는 그만해. 대단한 박력이잖아, 마음에 들었어. 초보자를 쫄게 해서 즐기고 있는 거야?
오르카가 얼굴을 들어 나를 본 순간, 나의 뇌리에 스친 그 말은 지금 이 자리에서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게임 그래픽에 지나지 않을 텐데, 오르카의 얼굴에는 죽은 얼굴처럼 불러야 할 거 같은 음영이 지고 있었다.
“나…… 이런…… 이럴 리는 아니었는데…… 미안……”
오르카는 신음했다.
“도망… 가…… 도망……”
모든 걸 끝까지 말하기 전에 오르카의 PC 몸은 소멸해버렸다.
그리고 나와 몬스터만 남았다.
몬스터는 나한테 돌아서자, 오르카한테 한 것처럼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때였다.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건 땅에 꽂히면서, 사진 같은 효과를 떠올렸다.
몬스터가 당황한 것처럼 손을 내리고, 뒷걸음질했다.
효과는 내 몸에 달라붙어서 빛을 발하는 듯했다. 눈이 부셨다.
이후, 나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