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소설 닷핵
눈을 뜨자, 여기는 내 방이었다.
나는 푹 엎드렸던 상반신을 일으키며, 주위를 멍하니 둘러보았다.
벽의 시계는 오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느새 의자에 앉은 채 자버렸던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잘 들을 수 있는 이른바 「기절잠」이라는 걸 해버린 걸까.
관자 머리 주변이 욱신하게 아팠다.
무언가 정체 모를 불길한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떠올리고 싶은 건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건지, 막연한 불안에 휩싸이면서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고 덜컥했다.
System error.
빨간 문자 메시지가 꺼림칙한 선고처럼 표시되어 있었다.
이 글자를 본 순간, 나는 떠올랐다.
자기 전의 사건을.
게임 속에서 일어난 일을.
그건 꿈이 아니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키보드 위에 팽개쳐진 FMD가 놓여있었다. 기절한 사이에 내가 자신이 무의식에 빠진 거겠지.
내부를 들여다보니, 모니터와 같은 빨간 글자가 화면에 떠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 소녀는?
사신은?
……야스히코는 무사한 걸까?
순간적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야스히코를 부르고 싶어. 아주 조금 말을 나눠도 괜찮을 거야.
그 녀석의 목소리만 들어도 안심될 거야.
야야, 해버렸구나. 굉장한 가르침이었어. 플래시 몹이라는 거야? 지인에게 협력받은 거야? 덕분에 나는 이제 온라인 게임에 빠졌어. 이 책사 자식……
그러나 전화를 걸겠다는 생각은 심야인 지금으로서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생각이었다.
잠시 고민하면서, 결국 나는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고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방의 불을 끄고는 침대로 기어들었다.
집은 매우 조용했다. 이제 모두 자고 있겠지.
한숨도 못 잔 밤이 밝았다.
등교 시간이 되어도, 야스히코한테 메일 답장은 없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나는 마음이 들떠있었다.
겨우 1교시가 끝나자, 나는 야스히코의 반으로 가서 그의 모습을 찾았다. 어디에도 없었다.
근처에 있었던 아는 사이의 남자애에게 야스히코에 대해 들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야스히코가 결석한 걸 알았다.
그는 어젯밤에 의식을 잃고, 시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는 것이다.
방과 후, 시민 병원에 갔지만, 야스히코와 만나지 못했다.
상대해준 간호사는 눈살을 찌푸리고, 미안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나의 요망을 한사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병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야스히코는 게임을 하고 의식 불명이 되었다.
나도 기절했지만, 야스히코와는 달리 곧바로 깨어났다. 나와 야스히코의 차이점은?
야스히코가 조작하는 PC인 오르카는 ‘사신’의 공격을 받았다.
야스히코를 의식 불명에 빠뜨린 것은 ‘사신’이다. ‘사신’은 소녀를 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야스히코는 소녀에게 책 같은 걸 받았다. 그건 어떻게 되었지?
분명 소녀는 알고 있었다.
그때,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그리고 그 열쇠는 분명 그곳에…… 『The World』에 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 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새로 도착한 메일을 나타내는 아이콘이 팝업 되어 있었다. 반사적으로 클릭하자, 메일러가 열렸다. 온 것은 2통이었다.
제목: 서버 문제 알림
보낸 사람: CC사
내용:
『The World』 유저 여러분
자사 서버가 원인 불명의 문제가 발생하여, 여러분께 엄청난 폐를 끼쳤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열심히 원인 규명과 기능 회복에 힘쓰고 있습니다만, 작업 효율화로 인하여 당분간
Δ, Θ 서버 이외의 플레이어 이동을 제한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목: 부※
보낸 사람: 아#※
내용:
책을#가@%사람에게
스케이:※,
나를 찾고 ※+니=
시%이 없어
부탁@\. 도와A주#요
어느 쪽의 메일이던, 나를 당황시키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원인 불명의 서버 문제?
야스히코가 의식을 잃은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모르겠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모른다. 정보가 없다.
한 통의 메일은 원래 의미를 알 수 없다. 문장이 깨져서 내용을 알아볼 수가 없다. 발신인의 이름조차 확인할 수 없다.
우선 상황을 장악해야만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아니면,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야스히코한테서 들은 걸 떠올렸다.
“게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경우에는, BBS를 읽는 게 좋아. 원하는 정보가 없을 때에는, 질문을 올리면 누군가가 보통 대답해줘.”
그래, BBS야.
나는 『The World』의 앱을 실행시키고, BBS 화면으로 이동했다.
조금 고민하다가, 질문 글을 입력했다. 이런 느낌이다.
글쓴이: 카이트
글 내용:
친구가 이 게임을 하고 의식 불명이 되었습니다.
입원해서 지금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뭔가 알고 있는 사람 없나요?
어떻게 하면 친구가 원래대로 돌아올까요?
손을 멈추고 문장을 다시 읽었다.
게임을 하고 의식 불명.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일을 호소하고 있어서 내가 썼는데도 부자연스러운 엉터리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비현실적인 내용이기에 무책임한 구경꾼은 무시하겠지.
반대로,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분명 띌 것이다.
덧붙여서 문장을 추가했다.
제작자 분도, 이걸 보고 계시나요?
뭐라도 좋습니다. 정보 부탁드립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