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소설 닷핵
내민 명함에는 ‘프리 라이터 토쿠오카 준이치로’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명함이라는 걸 받는 것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기에, 나는 두 손으로 받은 그것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일단, 이런 게 있으면 얘기가 여러모로 원활해지니까.”
토쿠오카 씨는 왠지 변명하듯이 말했다.
우리는 병원 근처의 찻집에 와있었다.
하굣길에 가끔씩 이용하는 체인점 커피숍이 아니다.
헤이세이 초기 아니면 쇼와의 향기가 풍기는 레트로한 모습의 찻집이다. 유리벽에는 「순찻집 오호츠크」라고 쓰여있었다.
우리 세대의 인간이 이용할 때 가장 먼저 후보에서 제외하는 유형의 가게다.
“네..”
나는 애매하게 중얼거리면서 실레가 되지 않을 정도로 토쿠오카 씨를 보았다.
명함 한 장을 건네받은 정도로 토쿠오카 씨가 빚어내는 수상함이 경감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둥근 선글라스, 수수한 야구모자. 그리고 이건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싶은 보라색을 흐리게 한 듯한 색감의 알로하셔츠. 아아, 생각났다. 이것은 흑자색이라고 하는 거였다.
나이는 40세 정도이려나? 어른 나이라는 건 좀처럼 잘 모르겠다.
말을 걸어왔을 때 즉시 그 장소에서 도망쳐서 「어린이 대피소」라든지 뭔가 그런 장소로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착실한 중학생이 취해야 할 대응이다. 사실, 그러려고 했었다.
나를 멈칫하게 한 것은 토쿠오카 씨의 말이었다.
“……친구가 쓰러진 이유, 알고 싶지 않니?”
이 사람은 『The World』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것일까.
“토쿠오카 준이치로, 34세. 사정이 있어서 무직. 독신. 이 이상의 개인적인 건 용서해 주라.”
들어온 커피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채 그대로 한 모금 홀짝이고 나서, 토쿠오카 씨는 자기소개를 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내 앞에 나온 코코아를 마시려고 했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무직?”
나는 좀 놀라서 되물었다.
“명함에는 프리 라이터라고 쓰여 있는데요.”
“아아, 설마 거기에 무직이라고 쓸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뭐, 비슷하긴 하겠지. 세세한 건 신경 안 써, 신경 안 써.”
프리 라이터가 들으면 분노할 듯한 말을 했다.
“그런 것보다도,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네 친구…… 그러니까, 이름이 뭐라 했었지?”
나는 대답했다.
“맞아, 야스히코 군. ……그와 같은 사람은 적어도 전국에 6명 있지.”
토쿠오카 씨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어갔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은 아무도 회복되지 않았어. 단 1명의 예외를 뺀다면은.”
“예외?”
“그래. 그런데 뭐, 거기에 대해선 지금은 생략하자. 이들에게 공통적인 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 의식을 잃었다는 것뿐이야.”
“……『The World』 말이지요.”
“그렇지.”
토쿠오카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The World』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어. 난 그걸 조사하고 있고. 너와 야스히코 군이 겪었던걸, 말해주지 않겠니?”
나는 10일 전의 일을 이야기했다. 게임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그것도 초면의 어른을 향해 말하는 것이 묘하게 긴장되었다. 나는 가슴이 몇 번이고 메어오면서 오르카에게 일어난 일을 얘기했다. 물론, ‘사신’ 같은 그 검은 옷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너는 아직 『The World』를 계속하고 있는 거지?”
야스히코를 구하기 위해 매일 로그인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자, 토쿠오카 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 속에 야스히코를 원래대로 되돌아오게 할 단서가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위험해. 나쁜 말은 안 할게. 이제 그만두는 게 좋아.”
“그래도……”
“또 사신이랑 맞닥뜨리면 어쩌려고? 이번에 의식불명이 되는 건 너일지도 몰라.”
“아니요, 사신은 쓰러뜨렸어요.”
“사실은 나도 그놈이랑 맞닥뜨린 적이 있어. 그러니까 네가 말하고자 하는 건 거짓말이나 엉터리가 아니고, 그놈이 정말로 위험한 녀석이란 것도 알아. 친구를 구하고 싶은 너의 마음은 알겠지만……”
커피를 마시려던 토쿠오카 씨는 한 템포 늦게 성대하게 사레 걸렸다.
“뭐, 쓰러뜨렸어?”
“예.”
“쓰러뜨렸다고? 그거를? 혼자서?”
“아니요, 협력해 준 사람들이 있어요.”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토쿠오카 씨는 팔짱을 끼고 윙윙댔다.
“과연…… 그런데도 야스히코 군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단 건가.”
잠시 그대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네 말을 듣고 명확해진 것이 있어.”
이윽고 토쿠오카 씨가 말했다.
“게임 속에서 특정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해결된다……. 이건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거야.”
역시 이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다. 나 따위보다도 훨씬 자세하게 『The World』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다.
“토쿠오카 씨가 알고 계신걸, 알려주시겠어요?”
나는 기세 있게 말했다.
“그렇지. 혹시 괜찮으시다면, PC를 만들어서 『The World』에 로그인해 주시겠어요? 모두에게 직접 말해주실 수 있으면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터무니없어. 안돼, 안돼.”
하지만 토쿠오카 씨는 과장된 몸짓으로 손을 흔들었다.
“나, CC사한테 눈 밖에 나서 말이야. 계정을 준비하고 PC 만들면서까지 로그인했다가는 바로 들통나버려. 큰코다치고 말아.”
눈 밖에 났다고?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일을 저질렀던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바로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헬바의 메일이 머리를 스쳤다. ‘너는 모조리 감시받고 있다’라고……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는 게임에서 말하지 말았으면 해. 이름도 안 돼. 찍히고 말 거야.”
토쿠오카 씨는 그렇게 말했다.
“네……”
“으음, 그래도 그렇지.”
토쿠오카 씨는 손을 내밀었다.
“조금 전의 명함, 빌려줄래?”
토쿠오카 씨는 품속에서 만년필을 꺼내더니, 명함 뒷면에 뭔가 글씨를 썼다.
맞은편에서 들여다보니 영단어를 읽을 수 있었다.
fragment
“이 말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 여러모로 알아볼 수 있을 거야.”
“플래그먼트? 이게 뭔가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요?”
“실은, 나도 자세히는 몰라. 이제부터 알아볼 참이거든.”
토쿠오카 씨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아마도 사건의 진상으로 이어질 키워드일 거야.”
“진상……”
“사신이랑 마주쳤을 때,”
이렇게, 토쿠오카 씨가 말했다.
“나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저것과 싸운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 그건 고사하고, 일행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의식불명에 빠졌을지도 몰라.”
토쿠오카 씨는 나를 보았다.
“그래도, 너는 그걸 쓰러뜨렸지. 여자아이가 건네주었다는 팔찌의 힘을 써서.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팔찌를 받았어. 거기에는 무언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돼.”
그런 말을 들어봤자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뭐, 어렵게 생각할 건 없어. 너는 게임 안에서 조사해. 나는 게임 밖에서 조사하지. 요점은 분업, 적재적소인 셈이야. 아마 그러는 편이 효율이 좋겠지…… 대신에, 정보 교환은 할 수 있게 해두자.”
토쿠오카 씨는 주머니에 넣었던 만년필을 다시 꺼내더니, 명함 여백에 전화번호를 술술 적었다.
그리고 가장자리를 집어 팔랑팔랑 흔들어서 잉크를 말린 다음, 다시 내게 건넸다.
“내 휴대폰 번호야. 언제든지 걸어달라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