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나가는 거 엄금 프로젝트】
『전장의 푸가』의 개발이 시작됐을 때 사내 직원에게는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됐지? 지금부터 시작되는 『전장의 푸가』라는 프로젝트는 지금까지의 개발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아두세요. 다르다고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애초에 CyberConnect2의 자사 퍼블리싱 타이틀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도 개발비를 얻을 수 없다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평소처럼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는 없다고요. 우리의 자기 자금으로 만드는 거예요. 처음부터 우리 회사에 자기 자금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나요?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거. 매년 매출이랑 이익은 그 연도 안으로 전부 쓰고 있는 회사니까요. 그럼 돈을 어떻게 해요?
이렇게 생각하겠지요. 빌리는 겁니다, 은행에서요. 그래요, 바로 제가요. 그러니까 광택 나는 예산 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이 프로젝트가 소규모 & 단기간 개발을 모토로 하는 거보다 대전제에요. 이걸 절대로 잊지 말아 주세요. 평소처럼 이런저런 요소를 추가하면 무조건 재밌어져서, 결과적으로 팔리는 게임 작품이 될 테니까 개발 기간을 늘려야지요!
이런 제안은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두세요. 원래 소규모 & 단기간 개발로 스매시 히트를 노리는 타이틀이니까요. 뭐든지 계속해서 울퉁불퉁하게 추가해도 되는 건 아니에요. 절대로 너무 나가는 거 엄금입니다. 이걸 잊지 말아 주세요.”
실제로 이렇게 말했거든요? 제가.
이런 걸 프로젝트 시작할 때에 제대로 설명해서 선언하고 전달해서 이해받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거든요.
이렇다 해야 할까, 리더로서의 기본적인 의무가 이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확실하게 비전을 전달하고 개발에 관계된 모든 직원에게 그 의미와 의의를 이해시켜준 다음에 올바르게 일을 하도록 해주는, 이것이 리더인 겁니다.
멋있네요. 정말로 저려옵니다.
아마 세상 사람들은 저를 그저 ‘잡담해대는 망할 자식’ 같이 여겨서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진짜 이런 칼럼을 꼭 읽어주시고 인식을 고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쓰레기를 만들어도 되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을 외부 발주해서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경과해서 빌드 체크.
“으음, 어, 어라, 어? 뭐야, 이거?”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방심하면서도 그렇게 직원에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 있었던 것은 그저 명령을 입력해서 턴제로 배틀을 할 수 있을 뿐인, 말하자면 패미컴 소프트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하였습니다.
명령을 선택해서 결정하고 발동하는 공격 모션의 타이밍도 한 템포는커녕 두 템포 늦어서 기분이 나쁘다. 그렇지만 UI(유저 인터페이스=요컨대 게이지나 명령 표시물)의 동작도 딱딱해서 기분이 더 나쁜 데다 투박하고 일일이 암전해대거나 해서, 더는 보고 싶지 않은 뭐야, 이게? 하는 상태였습니다.
직원에게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물었더니, “지금까지 사내 프로그래머와 주고받는 거 밖에 해보지 않아서 별로 외부인에게 전달하는 방법부터 좀 잘 몰라가지고 우물쭈물하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라는 겁니다.
그 2초 뒤 즈음일까요, 분노의 화신이 탄생한 것이.
욱하며 신체 주위에서 꺼림칙한 아우라를 일으키면서 까무칙칙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누가 이런 쓰레기를 만들라고 했어, 멍청이야! 전달하는 방법을 그닥 몰라갖고 우물쭈물거렸다고? 웃기지 마라? 제대로 승부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라고!”
맞다니까요, 아무래도 저는 「잡담해대는 망할 바보 빡빡이 자식 (암흑 파괴신)」이었던 거 같아요.
【편집부 코멘트】
완성된 빌드를 실제로 보고 싶네요.
그건 그렇고, 저도 자주 마츠야마 사장한테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온순~ 하면서도, 꾸중을 들은 일이 있었는데, 우물쭈물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등골이 찡해졌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이 기사도 우물쭈물 쓰고 있으므로, 기사 제출이 빠듯해져 버렸습니다. 우물쭈물. 우물쭈물.
다음 주 5월 17일 (화)은 『전장의 푸가: 강철의 선율』의 제11화를 게재 예정입니다!